따가운 햇살 가르며 짧은 여행

August 26th, 2008 by Jinoo Jung

날 부르네~

요즘은 창 밖을 볼 때 마다 괜시리 싱숭생숭하다. 가을이 다가오는 것을 알리는 맑은 하늘이 나를 자꾸 유혹하기 때문이다. 자전거라도 있었다면 전용 도로를 따라서 어딘가로 고속 이동(?)했을 것 같다. 여기 방문객분들 꼬셔서 함께 가면 좋지 않을까? ┐(´`)┌

그나저나 자전거 이야기는 계속 하고 있는데 왜 안사게 될까? 그것도 부푼 기대에 비하면 참 아이러니한 심리다. 간이 여행일 뿐인데 지름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어쨌거나 오늘은 꼭 나가서 이 푸른 하늘을 마시고 싶었다. 그래, 일단은 걷는 게 최고다.

카메라 꾸러미 장착! 진로 클리어! Jinoopan 발진! 슝~

 

모든 게 선명, 그런데 볕이 뜨겁군!

요즘 급격한 생활 리듬의 변화로 다소 찌부둥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어서 천천히 걸으며 피로도 풀 겸 나갔다.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정리 운동에는 인색했던 터라 온 몸의 근육이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운동 후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더 피곤할 수 밖에. 미뤄온 정리 운동을 한꺼번에 하고 있는 셈이다.

나와 보니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몇분은 맨발로 주변을 걸으며 마사지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마음은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금새 마른 개구리가 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무엇보다도 오늘은 약간 장거리의 산책이 될테니까 초반부터 무리하면 안된다. 천막 속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정도라면 모를까…

 

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좋았어~

다른 한켠에 마련된 인공 샘물에 흐르는 물줄기가 좋았다. 나선형으로 이루어진 물줄기가 꼭대기에서 이어진다. 아낙네 둘이서 이 위에 앉아 발을 담그며 즐거워 하는 모습이었다. 멀리 갈 것 없이 여기에 눌러 앉을까나? (*´Д`)

 

졸졸졸~

물줄기는 조약돌이 박힌 수로로 이어진다. 그리고 첫번째 사진의 맨발 산책로를 빙 둘러 나온다. 나름 운치있는 설계다. 얕은 물이 졸졸 흐르는 느낌이 아주 좋다. 휴일이면 여기에서 물놀이 즐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정도.

 

다시 발걸음을 잇다

목적지는 없지만 대략 거리는 잡아두었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하게 운동되는 거리로… 중간에 산행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더 피곤해질 것 같아서 경로를 바꾸었다.

 

구름도 흐르고~

내 마음도 흐르고~ 난 아직도 구름 타고 싶다.

 

좀 더 걸으면 이렇게 둑이 나오고

쏴아~ 하며 물이 부서지는 소리가 시원하다.

 

콸콸콸~

졸졸졸에서 콸콸콸로 넘어왔다. 작은 둑인데도 의외로 박력이…

 

계속되는 발걸음

넓게 펼쳐진 푸른 잔디를 위안 삼아, 따가운 햇살을 가르며 간다. 정처 없는 이 발길? 응?

 

보행자길

네, 좌측 통행입니다. 얼마나 더 가면 이 길이 끝나는 걸까? 9.5Km로 끝? 저건 지나온 길에 대한 표시 같은데…

 

경로를 슬쩍 바꾸어서

도중에 언덕을 넘어 다른 물줄기를 따라 이동했다. 말려있는 길을 따라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서…

사진 색이 좀 이상한 이유는 원래 하이라이트가 망가진 사진이기 때문. 버릴까 하다가 내키는 대로 보정. :)

원래 보정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로드 트립은 조금 그런 분위기에 젖어 있다.

 

길 왼편에는

이렇게 각종 들풀이 가득. 강아지 풀도 무르익어 씨를 퍼뜨리고 있다. 모두 손바닥만한 녀석들이다.

 

늘 이렇게 푸르르면

좋겠다. 사계절이 뚜렷한 게 좋다고들 하지만 난 언제나 따뜻한 게 좋다. 겨울철은 정말…아으~~~

 

하늘로 하늘로

인간도 식물도 모두 하늘로 향하고픈 욕망이 있는 것 같다. 우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냐…

 

다리 밑 그늘에서 잠깐 휴식

너무 밝은 하늘이라 눈이 시큰하다. 온통 녹색이라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지만. 그늘에서는 눈도 잠깐 회색으로 물들었다.

 

여기는 아마존 강

길을 잘못 들어서서 옮겨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원래 돌다리가 있었지만 물에 잠겨서 이용할 수 없었다. 이쪽 물줄기는 작고 얕아서 흙탕물이 되어 있었다. 마치 아마존 상공을 날고 있는 기분?

 

우… 다시 후퇴

뭔가 경로가 잘못되었다. 일단 알만한 곳으로 한참 이동. 그리고 다시 전진! 의외로 오르락내리락을 자주 하네. 등산이 따로 없다.

 

가는 길에 하얀 비둘기

넌 혹시 88 올림픽의 후예? 푸드드득~ 날아가 버렸다.

 

다른 공원으로 접어들었다

역시 평일이라 한산한 모습. 가끔 어르신들이 지팡이를 들고 걷는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그래도 넓은 잔디밭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자리를 깔고 책을 읽거나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들은 마냥 뛰어놀기 바쁜 그런 모습이다.

 

지나가다 이름 모를 나무열매도 만나고

이게 무엇일까? 먹어도 되는 것인지? 석류 종류 같기도 하고…

 

텅빈 벤치를 지나…

이 벤치는 그늘이 지지 않아서… 앉아 있다간 더 말라버릴 거야.

 

갓길로 벗어나니 이런 꽃들이

보라꽃~ 녹색의 배경 속에 단연 빛난다.

 

한참 걸으니 다시 광장이 나왔다.

옛날에는 이곳이 모 양반가의 토지. 이 왼편에는 오래된 가옥이 보존되어 있다. 누각 앞에 펼쳐진 호수가 볼거리다.

 

누각을 바라보며

단청 무늬는 언제봐도 화려하다. 이젠 추구하지 않는 디자인이지만…

 

푸른 하늘 아래 누각…

하늘과 그늘을 동시에 만족시킬 노출은 없다. 어느 쪽인지 골라라!!!

 

누각에 올라서서 바라본 풍경

멀리 아파트 촌이 보여서 좀 깨지만 이것도 도시 나름의 운치다. 아래 네모난 시설은 분수대. 오늘은 솟지 않는다.

 

전속 항행 모드 오리

오리가 “나 불렀수?”하고 바라본다. 아마 먹이를 기대한 모양이지만, 빵 조각 하나 없다구. 먹이가 없다는 걸 알고는 무리들과 함께 등 돌려 버렸다.

 

잘가~ 오리

좀 심통났나? 렌즈만 들이대서?

 

오리 주변에는 이렇게 잉어 무리가!

기본이 팔뚝만한 녀석들이다. 그 보다 훨씬 큰 것도 많다. 잘 먹고 사나봐~

 

샤아 전용 잉어

3배 빠르다! 아… 아니, 실제로는 1.3배. 붉은색의 과장됨.

 

멀리 구름 다리가…

수면에 반사된 모습이 보기 좋다. 아래에 오리 한마리가 작게 보인다. 물에 떠있는 게 피곤했던 모양.

 

얕은 물에는 수련도…

역시 옛날 식이 더욱 운치있는 것 같다. 콘크리트가 부어진 빛나는 금속질의 도시는 도화지 속의 미래로 족하다.

 

원숭이상

옛 건축물에는 이런 상징들이 꼭 배치되어 있다. 다소 무속적인 것과 관련되어 있는 듯. 이 원숭이상은 무엇을 기원하기 위한 것일까?

 

이번에는 오래된 가옥

초가집이 보존되어 있다. 내부는 마침 보수공사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 이쪽 가문에서는 나름 의미있는 건물이라 보존에 힘쓰는 모양이다. 어쨌든 사라진 옛 것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는 더러 초가집이 있었는데… 새마을 운동으로 모두 사라져버렸구나.

 

렌즈를 담너머로 슬쩍 넘겨보니

장독대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옹기종기라서 옹기? ()。썰렁?

담 위에는 버섯이 자라고 있다.

 

해마다 새로지어 얹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한켠에는 짚이 가득 쌓여있다. 보수공사도 그걸 위한 것인 모양이다. 옆에 관리 사무소가 따로 있을 정도로 소중한 문화재인 모양. 공원으로서도 탁트인 공간이 보기 좋은 곳이다.

 

다시 발걸음을 돌려서 숲으로

물론 깊이 들어갈 생각은 없다. 돌아가는 길일 뿐… 무성한 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좋다. 나는 그늘이 좋았고…

 

제법 오래된 키 큰 나무들이 빼곡히~

과거에는 산 아래에 사람들이 다녀서 저절로 다져진 도보로였을 것이다. 지금이야 벽돌로, 시멘트로 마감되어 있지만…

돌아가는 길은 되도록 휴식이 되는 길로. 그늘로 그늘로~ 이젠 좀 지친 것도 있어서.

 

땅이 그리웠다면

그래, 땅은 원래 이런 것. 회색 빛이 아니야.

 

곧 붉게 물들겠지?

가을이 무르익으면 모두 붉게 물들 잎들이다. 지금이야 푸르름에 취할 정도지만… 그것이 순리다.

 

다시 인도로…

이제 곧 공원 밖이다. 그래도 꽤 걸어야 돌아갈 수 있겠지만. 슬슬 다리가 아파온다.

그나저나 날이 워낙 밝아서 사진을 찍으면 하이라이트가 온통 깨져나올 정도다. 이런 날은 정말 필터가 필요하다.

 

이런 곳에도 물은 흐른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물이 이곳으로도 흐른다. 그리고 어김없이 생명체가 자라고 있다.

 

공원을 나가며

이쪽을 통해 나가면 완전한 도시 풍경이다. 그 끝에서 마지막 자연의 모습을 담았다. 높이 솟은 나무와 구름이 만나는 풍경을. 갈 길은 남아있는데 다리는 아파오고, 말라가는 입술에, 따가운 햇살 때문에 피부도 온통 빨갛게 데었지만 마음 만큼은 풍족했다. 그래도 조금은 여지를 남겨둔 것은, 조금 더 선선해지면 자리를 들고 나와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서다. 잔디밭 위에서 옥수수에 복숭아 깎아 먹으며 조용한 멜로디와 함께 소풍을 즐기는 것도 좋겠지. ♪d(´▽`)b♪

6 Comments to “따가운 햇살 가르며 짧은 여행”

  1. oldboy says:

    산책로에 재미난 곳이 많군요! @.@
    어제 오후에 뒷동산에 다녀오는데, 땀이 비오듯 하더군요. 한 낮에는 어찌나 덥던지… :-)

  2. Jinoopan says:

    oldboy // 한낮에 밖에서 뛰기는 아직 무리고 저녁에는 선선하고 좋죠. 요즘 잘 때 살짝 한기를 느끼는 걸 보면 본격적인 가을도 멀지 않았어요.

  3. thinkfish says:

    우앙 부럽습니다. 저런 산책로가~^^

  4. Jinoopan says:

    thinkfish // 좀 긴 거리를 돌아 돌아 걸었더니 다리는 아팠지만 즐거웠어요. 사시는 곳 근처에도 좋은 공원 있지요? 언젠가 사진으로 본 것 같아서…

  5. thinkfish says:

    저희집 근처에는 없습니다. ㅠ.ㅠ 보신건 아마 일산 호수공원일거예요. 여긴 차타고 나가야 공원을 구경할수 있다는..ㅠ.ㅠ

  6. Jinoopan says:

    thinkfish // 아… 멀리 나가서 촬영한 것이었군요. 도심에서 예쁜 배경에 사진 찍으며 놀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긴 하지요.

    왠지 냉면 생각이 나는 날이네요. 오늘 같은 날은 카메라 들고 모여서 사진도 찍고 맛난 거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이 돌보느라 시간 내기 힘드시죠. 올드보이님도 바쁘신 것 같고, 제이도 늘 바빠보이고, 다른 방문객들은 멀리 계시고…

    건전 모임 발동해도 모일 것 같지 않네요. ヾ(・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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